꽃샘아 안녕,
이 엄마는 오늘 너의 초음파를 보고 감상에 젖어
기어코 글을 쓰고야 마는구나.
16주 하루.
니가 내 몸에서 함께한 시간.
솔직히 남들처럼 모성애가 넘쳐 흐르거나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엄마는 아니었어.
입덧 때문에 많이 힘들 때
침대에 누워 눈물로 보낸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
내가 왜 엄마가 됐을까 나쁜 생각도 했었어.
아이가 없어도 아빠와 나는 행복할 자신이 있었고,
아이보다는 내 자신이 더 소중한 엄마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하면 이해하겠니.
그렇지만 이런 부족한 육신에 찾아와서
이런 엄마가 뭐가 그리 좋다고 꼭 붙들고
내 안에서 쿵쾅거리며 씩씩하게 잘 있는 너의 모습을 볼때마다
정말 미안하면서도 내 가슴 속 저변에서 끓어오르는 감동을 느끼고 있단다...
오늘은 장 트러블에 설사까지 해서 걱정했었는데,
너는 초음파 찍는 오분여 동안 내내 온몸을 통통- 튀어가며 엄마에게 인사를 하더구나.
더불어 니 허벅다리 사이로 너의 성정체성을 알려주는 그것까지!
비록 아빠와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예쁜 딸은 아니지만,
그럼 어떠니,
딸처럼 아빠엄마에게 예쁜 아들이 되어다오!
널 이 세상에 데려오며 엄마는 매일 생각한단다.
우리 꽃샘이가 이 넓은 세상에서 니 꿈을 널리 펼칠 수 있도록,
아빠엄마는 너의 지지자가 되리라고.
여행을 좋아하는 엄마는 가능한 한,
너에게 이 세상이 넓다는 걸 보여주고 그 무대를 배경으로
너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.
꽃샘아,
엄마는 훗날 우리 아가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좋아하는 곳에서
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.
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너에 대한 욕심을 버리도록 해볼게.
아이를 통해 내 자아실현을 하지도,
아이에게 꿈을 강요하지도,
아이에게 부모 봉양의 책임을 넘기지도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.
형식이나 틀에 갖혀 사고하지 말고
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.
니가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
너의 손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.
이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바래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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